전기차 중고 구매 시 체크리스트와 배터리 상태 확인법

작년 봄, 출퇴근 거리가 늘어나면서 유지비가 저렴한 중고 전기차 구매를 결심했다. 신차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고, 3년 정도 된 중고차라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중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상태라는 복잡한 변수가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두 달간 온라인 카페와 중고차 사이트를 뒤지며 공부했고, 실제로 10대 이상의 차량을 직접 보러 다니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중에는 주행거리는 적지만 배터리 열화가 심한 차량도 있었고, 사고 이력을 숨긴 매물도 있었다. 결국 2018년식 코나 일렉트릭을 2,100만 원에 구매했는데, 배터리 상태 94%에 무사고 차량이었다. 현재 1년 넘게 타고 있지만 아무 문제 없이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직접 겪으며 배운 중고 전기차 구매의 모든 노하우를 공유하려고 한다.

중고 전기차 매물 조사와 가격 비교

중고 전기차 시장 조사는 최소 한 달 이상 충분히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필자는 케이카, 엔카, 중고나라 등 주요 플랫폼에 매일 접속해서 신규 매물을 체크했다. 같은 연식과 주행거리라도 가격 편차가 200~300만 원까지 나는 경우가 있어서,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엑셀 파일을 만들어 매물 정보를 기록했는데, 연식, 주행거리, 가격, 배터리 상태, 사고 유무, 옵션 사항 등을 정리하니 비교가 훨씬 쉬워졌다. 특히 같은 모델이라도 롱레인지와 스탠다드 모델의 가격 차이가 400만 원 이상 났기 때문에, 본인의 주행 패턴에 맞는 모델을 먼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정 가격을 판단하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다. 신차 대비 감가상각률은 1년에 약 15~20% 정도로 보면 되는데, 전기차는 배터리 상태에 따라 편차가 크다. 예를 들어 신차가 4,500만 원인 차량이 3년 됐다면 대략 2,700~3,000만 원선이 적정가다. 하지만 배터리 상태가 90% 이하로 떨어졌다면 200~300만 원 더 낮아질 수 있고, 반대로 95% 이상 유지된 차량은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필자가 구매한 차량은 3년 6개월 된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 모델로, 신차가 4,600만 원인 것에 비해 2,100만 원이었다. 배터리 상태 94%에 주행거리 5만 km로 적정 시세보다 약간 저렴한 편이었다.

매물 신뢰도를 판단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사진이 흐릿하거나 실내 사진이 없는 매물은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필자는 실제로 사진에서는 깨끗해 보였는데 직접 보니 곳곳에 스크래치와 찌그러짐이 있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다. 또한 판매자가 개인인지 딜러인지도 중요한데, 개인 매물이 대체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보증이 약하고, 딜러 매물은 가격이 조금 높아도 보증과 사후 서비스가 있다. 필자는 결국 인증 중고차 딜러를 통해 구매했는데, 3개월 보증과 무상 점검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너무 싼 가격에 올라온 매물은 사고차이거나 침수차일 가능성이 높으니 반드시 차량 이력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전기차 커뮤니티와 카페 활용도 큰 도움이 됐다. 같은 모델을 타는 오너들의 실사용 후기와 주의사항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특정 연식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결함이나 리콜 이력 같은 정보는 커뮤니티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였다. 필자가 관심 있던 2018년식 코나 일렉트릭은 배터리 화재 이슈로 리콜이 있었는데, 해당 차량이 리콜 조치를 완료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정보를 커뮤니티에서 얻었다. 실제로 구매한 차량도 리콜 완료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었다. 또한 계절별 시세 변동도 있는데, 겨울철에는 전기차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배터리 상태 확인 및 성능 점검

중고 전기차 구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배터리 상태 확인이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심장이자 가장 비싼 부품이기 때문에, 이것만 제대로 확인해도 구매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배터리 상태는 크게 두 가지 지표로 확인하는데, SOH(State of Health)와 실제 주행가능거리다. SOH는 배터리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100%가 신차 상태고 숫자가 낮을수록 열화가 진행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3년 차량이라면 90% 이상, 5년 차량이라면 85% 이상이면 양호한 편이다. 필자가 구매한 차량은 3년 6개월에 94%로 평균 이상의 상태였다.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정확한 것은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서 진단을 받는 것인데, 비용은 5~10만 원 정도 든다. 필자는 최종 후보 2대에 대해서만 서비스센터 점검을 받았다. 차량을 가져가면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며, 배터리 전체 셀의 전압 편차, 충전 속도, 방전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준다. 보고서에는 현재 SOH뿐 아니라 예상 수명까지 나오는데, 이게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매한 차량은 정상 사용 시 앞으로 7년은 문제없을 것으로 예측됐고, 실제로 지금까지 아무 이상 없이 사용 중이다.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배터리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데, 현대·기아차는 메뉴에서 전기차 정보를 선택하면 배터리 용량과 SOH를 확인할 수 있다. 테슬라는 스크린에서 쉽게 확인 가능하고, 일부 수입차는 별도 앱을 통해 조회할 수 있다. 필자는 시승할 때마다 이 정보를 사진으로 찍어뒀고, 판매자가 말하는 수치와 실제가 일치하는지 비교했다. 한 번은 판매자가 배터리 상태 96%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88%였던 경우도 있어서, 반드시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전 테스트도 필수다. 가능하다면 급속충전소에서 실제 충전을 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배터리 상태가 나쁘면 충전 속도가 현저히 느리거나, 특정 구간에서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필자는 시승 중에 30분 정도 시간을 내서 근처 급속충전소를 방문했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는데, 정상적으로 45분 정도 소요됐다. 만약 1시간 이상 걸렸다면 배터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충전 중 배터리 온도 상승을 확인해야 하는데, 과도하게 뜨거워지거나 냉각팬이 계속 돌아간다면 배터리 열화가 진행 중일 수 있다. 겨울철 충전 테스트도 중요한데, 영하 날씨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너무 심하게 떨어진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차량 외관 및 내부 상태 점검

전기차라고 해서 외관 점검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차량을 볼 때마다 햇빛이 잘 드는 야외에서 꼼꼼히 살펴봤다. 보닛, 도어, 트렁크 등 각 패널의 색상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데, 색상 차이가 있다면 사고 수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손으로 문틈을 만져보면서 간격이 균일한지도 체크했다. 한쪽 문틈이 유독 넓거나 좁다면 골격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타이어 상태도 중요한데, 네 바퀴의 마모 정도가 비슷해야 정상이다. 한쪽만 심하게 닳았다면 휠 얼라인먼트 문제가 있거나 사고로 인한 변형일 수 있다. 필자가 본 차량 중에는 겉보기에 깨끗해 보였지만 타이어를 자세히 보니 한쪽이 편마모된 경우가 있었다.

하부 점검도 빼먹으면 안 된다. 가능하다면 리프트에 올려서 보는 것이 가장 좋은데, 중고차 매매단지에서는 대부분 가능하다. 배터리팩과 모터 주변에 손상이나 부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바닥에 기름 자국이나 냉각수 누유 흔적이 있다면 치명적인 문제일 수 있다. 필자는 한 차량에서 배터리팩 하부에 큰 스크래치를 발견했는데, 판매자는 과속방지턱을 지나다 긁힌 것이라고 했지만, 그 정도 손상이면 배터리 보호 케이스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어서 포기했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있기 때문에 침수 이력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카히스토리나 카팩스 같은 차량 이력 조회 서비스를 활용하면 침수, 사고, 소유자 변경 이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실내 상태도 꼼꼼히 봐야 한다. 시트와 핸들의 마모도를 보면 실제 사용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주행거리가 적은데 시트가 많이 닳았다면 주행거리 조작을 의심해봐야 한다. 필자는 각 버튼과 스위치를 하나씩 눌러보며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전동 시트, 열선, 통풍, 오토 홀드, 어라운드 뷰 등 모든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지 체크했다. 한 차량에서는 후방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는데, 판매자는 간단한 수리 사항이라고 했지만 가격 협상의 빌미가 됐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여러 메뉴를 탐색하며 오류 메시지가 뜨는지 확인했다. 공조 시스템도 히터와 에어컨을 모두 작동시켜봤는데, 전기차는 공조기가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효율이 중요하다.

냄새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차량 실내에 곰팡이 냄새나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난다면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증거다. 특히 습기로 인한 곰팡이는 전기 장치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필자는 시승할 때 에어컨을 작동시켜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지 확인했다. 트렁크와 보닛도 열어서 물기나 부식 흔적이 없는지 살펴봤다. 또한 차량 등록증과 정비 기록부를 요청해서 정기 점검을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했다.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점검받은 차량이라면 관리가 잘 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필자가 구매한 차량은 6개월마다 정기 점검을 받은 기록이 있어서 신뢰가 갔고, 실제로 차량 상태도 매우 양호했다.

시승 체크리스트와 최종 구매 결정

시승은 최소 30분 이상, 가능하면 1시간 정도 충분히 해봐야 한다. 짧은 시승으로는 차량의 숨겨진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시승 코스를 미리 정해뒀는데, 일반 도로, 고속도로, 언덕길, 과속방지턱이 있는 주택가를 모두 포함시켰다. 각 상황에서 차량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출발할 때는 가속 페달의 반응성을 체크했다. 전기차는 초반 가속이 뛰어난데, 힘이 없거나 끊김 현상이 있다면 모터나 인버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100km 이상 속도로 주행하며 직진성과 소음을 확인했다. 핸들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특정 속도에서 떨림이 있다면 휠 밸런스나 얼라인먼트 문제일 수 있다.

브레이크와 회생제동 시스템도 중요하다. 여러 단계의 회생제동을 테스트하며 자연스럽게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급제동도 안전한 곳에서 해봤는데, 브레이크 패드가 닳았다면 제동 거리가 길어지거나 소음이 발생한다. 필자가 시승한 한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 쇠 긁는 소리가 나서 패드 교체가 필요한 상태였다. 서스펜션 상태는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확인했는데, 충격 흡수가 제대로 안 되거나 덜컹거림이 심하다면 쇼크업소버가 낡은 것이다. 조향 핸들의 유격도 체크했는데, 좌우로 흔들었을 때 빈 공간이 너무 크면 조향 장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속도에서 핸들을 놓아봤는데, 차량이 한쪽으로 쏠린다면 얼라인먼트가 틀어진 것이다.

계기판의 경고등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시동을 걸었을 때 모든 경고등이 켜졌다가 꺼지는 것이 정상인데, 특정 경고등이 계속 켜져 있다면 해당 시스템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본 차량 중에는 배터리 경고등이 계속 켜져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판매자는 센서 문제라고 했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는 구매할 수 없었다. 주행 중 계기판에 표시되는 전비와 예상 주행거리도 확인했다. 배터리가 100%일 때 표시되는 주행가능거리가 신차 공식 제원과 비교해 얼마나 줄었는지 보면 배터리 열화 정도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는 신차 기준 406km인데, 필자가 구매한 차량은 380km 정도 표시됐다. 3년 차 치고는 양호한 수준이었다.

최종 구매 결정 전에는 반드시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차량 상태 보증 조항이 있는지, 구매 후 발견된 하자에 대한 처리 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필자는 계약서에 배터리 상태 94% 이상, 무사고 차량임을 명시하도록 요청했고, 만약 허위 사실로 판명되면 계약 취소 및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구매 후 1개월 이내 중대한 하자 발견 시 교환이나 환불을 보장받는 조항도 넣었다. 대금 지급은 중고차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명의 이전이 완료된 후에 판매자에게 돈이 넘어가는 방식이라 안전하다. 보험 가입도 미리 준비해서 인수 당일 바로 가입했다. 전기차는 부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 한도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최종적으로 모든 서류와 차량 키, 충전 케이블, 설명서 등을 인수받고 명의 이전까지 완료하니 비로소 내 차가 됐다는 실감이 났다.

중고 전기차 구매는 신차보다 훨씬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제대로만 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차를 구할 수 있다. 필자는 2개월간 10대 이상의 차량을 직접 보고 비교하며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자부한다. 1년 넘게 타고 있는 지금, 배터리 상태는 여전히 93%를 유지하고 있고 아무런 고장 없이 매일 60km씩 출퇴근에 사용하고 있다. 전기요금도 한 달에 5만 원 정도로 내연기관차 대비 유지비가 확실히 저렴하다. 이 글에서 소개한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실천한다면, 여러분도 만족스러운 중고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배터리 상태 확인을 절대 소홀히 하지 말고, 충분한 시승과 점검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시길 바란다. 좋은 중고 전기차를 만나 즐거운 전기차 라이프를 시작하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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